주세 2010.03.01 22:45 전체공개

그래서 어떻게 살고 있지?

현실이 현실이
(교육강연 녹취를 소책자로 만들어 보급하기로 했다. 녹취 풀고 정리한 걸 카페에 올려 의견을 듣고 있는데 그중 아니의 소감. 참고로 아니는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일류대를 나왔고 미국유학도 다녀왔으니 뭘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닐 터.)
우리가 늘 ‘현실이 현실이’ 말하지만 그 현실이라는 것이 결코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씀에 생각나서 몇 마디 적습니다. 제가 10살 때 1년간 뉴질랜드에서 살았는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를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즐겁고 또 그만큼 보람찬 한 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뭐 거기는 워낙 우리나라 선생님들과 교육방식도 다르기도 하고 저는 나중에 거기 말을 알아들어도 못 알아듣는척하고 숙제나 수업 따위 신경 안 썼거든요. 지금 생각나는 건 아름다운 숲과 계곡과 호수와 바닷가에서 뛰어 놀던 것과 그 때의 즐거움과 자유분방함은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서 나머지 11년은 어땠느냐? 정말 남는 거 좆도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더하기 빼기 말고는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12년간의 그 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변별력을 위한 과정이었고 우리는 그 필터에 걸러지려고 바둥대었던 시간이죠. 이게 도대체 어디가 현실적입니까? 김규항 선생님이 말씀 하셨듯이 그들만의 경쟁(잔치)에 초대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 현실 운운하면서 바둥대는 것과 같죠. 이건 뭐 정말 로또에 돈을 계속 투자하면서 현실 운운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11년 동안 왜 그 따위에 시간을 투자했을까 우리 부모는 왜 나에게 그러게 했을까 원망도 됩니다. 여행하게 해주고 산책하게 해주고 재밌는 소설 읽고 영화보고 음악 듣고 악기 연주하고 그림 그리고 이런 것만 하면서 노는 게 백배 나았을 것 같습니다. 일단 공부를 안 하더라도 그 학교라는 시멘트 감옥에 갇히면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어지더군요. 한편 2.5%내의 유의미한 졸업장을 가지더라도 정말 그 만큼 그 인생도 그 정도로 좁아지고 갑갑해지기도 합니다. 제 친구 중에 정말 괜찮은 졸업장과 직장을 가졌지만 돈돈돈하다가 지금은 매일 불면증으로 약물에 기대어 살면서 가끔 저랑 만나서 소맥 마시면서 제게 그럽니다.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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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는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일류대를 나왔고 미국유학도 다녀왔으니 뭘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닐 터."라고.
윗 글에 '아니'라는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갈피 못 잡는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정말 무서운 건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정말 불행 아닐까. "당신은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까? 당신이 가장 설레는 일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흥분된 얼굴로 "000가 나를 가장 살아있게 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 늙지도 않은 내가 벌써 산 송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이젠 설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새벽에 눈을 뜨고 깨어있다는 것 자체가 설렘과 행복이었던 내가 이젠 아무 것도....
...
시시하고 무의미하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필요한만큼만 돈을 벌어서 여행 다니고, 기타를 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만 있다면 평생 행복할 거라 믿었는데. 사는 게 원래 무의미하니까,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 의미를 만들어가며 사는 게 진짜 행복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무의미하고 시시하다.
그게 제일 무섭다. 나한텐. 세상이 어떻고, 사랑이 어떻고, 정의와 불의, 성장과 분배 어쩌고 저쩌고...
...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고, 어느 순간 다 시시해져버렸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어져 버려서....
..........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눈에서 빛이나고 상기된 얼굴로 자기의 꿈을 말하는 사람.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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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시 멋져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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