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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부자 2

우리집은 좀 산다. 때문에 규항님의 '착한부자론'은 항상 나를 불편하게 한다.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나는 날 때부터 부자인 축에 속한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은 좌파 쪽이더라. 얼마전에 한겨레인가? 규항넷에 링크된 설문 테스트 결과 거의 맨 왼쪽 맨 아래였다. 이게 분열의 원인이다.
지금 껏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규항님의 글을 말할 것이다. 그 덕에 테스트 결과는 극좌,극하로 나왔을지 모른다. 나는 언제나 규항의 글을 부정할 수 없다. 단 한 번도 그의 글에 반대 의견을 가진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 우리 집의 사회적 위치는 기득권에 속한다. 내가 제대로 된 인간이었다면 마땅히 나의 가진 걸 사회에 환원하는 법을 줄기차게 구상해야겠지. 아니, 재산권을 포기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하나? 뭐, 이런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물론 머리 속에서만.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게 나이를 먹을 수록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부모님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머리로는 좌파적인' 경영자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윤 분배의 문제가 실제 앞에 닥쳐왔다. 직원의 복리 수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월급은 얼마나 올려야하나, 은행 대출금은 어떻게 처리해야하는 지. 머리로만 좌파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경험이 얼마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결론은 '양심적인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내가 실질적 권한을 갖게되면 이윤 분배를 더 공정하게 하고 싶다. 간단한 거 아닌가? 나한테 돌아오는 몫을 회사와 직원, 고객에게 더 나눠주는 것.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을 잘 안다. 일단 대출금 상환이 가장 큰 문제 -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실상부 최고 권력은 바로 금융기관이고 모든 돈은 금융자본가에게 돌아간다. 또 한가지는 군대에서의 개인적인 실패 경험이다. 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내 딴에는 조금 더 인간적으로, 조금 더 평등하게 부하들을 대한다고 했건만 결과는 대 실패였다. 군에 가기 전에 예비역 선배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말 "처음부터 잘해주면 기어올라서 나중에 힘들어진다."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잘못했구나 싶더라. 직원들의 요구에 순응하다보면 어느 순간 예전처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긴다.
그래도 실패는 좋은 경험이었다. 군대에서 그렇게 혹독한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이 곳에서는 조금 더 조심히, 그리고 더 성실하고 흠 없이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거다. 또 사실, 통제 불능의 걱정은 핑계이기도 하다. 나는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군대가 마음에 안들었고, 장교였지만 군대의 가치에 충실하기 싫었다. 조직의 가치에 충실하지 못한 리더를 어떤 조직원이 따르겠는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그것이라는 걸 잘 안다.
지금 일하는 곳은 진심으로 이 사회에 필요한 곳이고, 내 개인적 가치관과도 전혀 부딪히지 않는 곳이다. 군에서 쏟지 못했던, 아니 쏟기 싫었던 열정을 이곳에서는 모두 쏟을 수 있다. 주인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조직을 위하고, 또 조직원을 위하고, 사회를 위한다면... 거기에 이윤 분배까지 훨씬 공정하게 해나갈 수만 있다면 멋진일 아닌가?
나는 예수나 체게바라가 아니라서 가진 것을 모두 없는 자들과 나누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거다. 예수나 체게바라의 삶에서 감동받고, 규항님의 글에서 반성하는만큼, 그 가치가 옳다는 걸 아니까..... 성인은 못되더라도 조금 더 욕심을 버리고, 조금 더 나누고, 조금 더 공정하게 살도록 노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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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짐에서 나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 몇가지.
1. 경영자로서 한 달 월급은 얼마나 받을 생각인가?
- 잘은 모르겠다. 필요한만큼만 받으면 되지 않나... 현재 나 혼자 사용하는 돈은 월 50~60만원이면 충분한데..
아직 결혼도 안했고 특별히 돈 들어갈 일도 없으니까... 나중에 필요하면 필요한만큼..?
2. 필요한만큼 받아 쓴다면 계속 욕심이 커질 것 아닌가?
- 음.. 그럴 가능성 때문에 조금 걱정이긴 한데.. 나야 뭐, 절대 큰 집에서 살 생각 없고.. 차도 필요 없고.
옷도 비싼 거 안입으니.. 잘 모르지만, 지금 같은 성격이라면 절대 낭비하고 사치하며 살진 않을거다.
집 평수도 20평이면 평생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3. 욕심은?
- 욕심이 없진 않다. 나는 계속 회사의 오너이고 싶다. 직원들보다는 아주 약간은 더 많이 월급을 받고,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싶다. 확실한 건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오너들보다 훨씬 더 적은 월급을 받을 생각이다.
4. 변하지 않을까?
- 안 변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확 변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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