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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어른. (1)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친구란 오래될수록 더 좋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로 기분이 들떠서 어쩔 줄 몰랐다. 징그런 남자 놈들이지만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더 좋았던 건 다들 잘나가는 놈들 - 두명은 대기업에 다니고 한 명은 국립 초등학교 교사다.-이라 현재 소득이 0원인 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음껏 얻어 먹어도 됐다는 것. 사실 나는 대놓고 구두쇠 기질이 있어서 남을 사주는 것도, 또 얻어 먹는 것도 꺼리는 편이다. 내가 사주기 싫어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는 게 마음 편할리 없다.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그런 감정이 전혀 안 들더라. 그만큼 가까운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게 행복했다. 이 친구들은 정말 평생 나와 사귈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날 술자리에서 느낀 이들의 몰상식함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진보신당의 위기에 대해 놀랄만큼 예리한 직관을 보여준 고등학생이 있는 반면에 이 사회에 대해 놀랄만큼 무식하고 비합리적인 '멍청한 어른'이 내 주위도 존재했다. (은행에 다니지만) 소위 명문대에서 사학과와 경제학을 공부한 놈이, (중공업 회사에 다니지만) 외무고시를 준비하며 정치를 하려 했다던 놈이, 교대 중에서도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는 oo 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놈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암담했다.
교대생과 나는 대학 신입 때부터 정반대의 정치 성향으로 자주 논쟁을 벌였다. 이번에도 역시 그와 내 논쟁이 주를 이뤘는데, 그 중에서 몇가지 기억나는 것을 정리해 보면
1. 천안함 사건에 공신력 있는 외국 전문가들이 와서 합조단이 최종 발표까지 했는데 왜 안믿느냐?
2. 좌파 단체들은 왜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하지 않느냐?
3. 김대중의 햇볕 정책으로 지원해준 엄청난 비자금 덕분에 북한이 핵개발하고 아직까지 체제를 유지한다.
4. 4. 경부선과 인천공항 개발할때도 개나 소나 다 반대했다, 4대강도 하고 나면 잘했다고 할 것이다.
... 뭐 이외에도 무지 많은데 대충...
1. 천안함 사건에 공신력 있는 외국 전문가들이 와서 합조단이 최종 발표까지 했는데 왜 안믿느냐?
최근 논란 됐다가 결국 흐지부지 지나가고 있는 천안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진실은 이렇게 묻히겠지.)
교대생이 이야기했다. 이미 결론 난 이야기 아니냐고, 합조단 발표가 있고 대통령 담화까지 있었는데 그게 거짓말이냐고 따지더라. 나는 천안함 사건에 의혹이 굉장히 많은데 그것들에 대해 정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합조단이 과학적 증거라고 제시했던 여러가지 근거들이 사실상 거의 다 뒤집어진 상태고 결정적 증거라며 내보였던 "산화 알루미늄"은 합조단 스스로 잘못을 인정, 말을 정반대로 바꿔버렸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다. 또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도 배가 공중으로 떴다가 쪼개질 정도의 엄청난 충격에 다친사람은 거의 없다는 기상천외한 현상도 '조작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세계에서 아무도 성공한적 없는 초 고난도 기술 버블제트 폭파를 단 한 방에 '실제 성공 시킨' 첫 사례가 북한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실(?)들을 두고 이명박이 발표했으니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더 쪼다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의심을 안할 수가 있단 말인가. 여러가지 의혹제기에 대해서 교대생은 내가 제시한 근거들을 '신뢰할 수 없다. 나는 정부 전문가들의 공식 발표를 더 신뢰한다. 그게 더 합리적인 생각이다.'라고 반박했다. 합조단이 말을 바꾼것도 사실이고 아무도 안 다친 것도 사실이고, 버블제트 실제 성공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역시 사실이지만 '신뢰할 수 없다'니...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2. 좌파들은 왜 우리 정부만 비판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 안하느냐?
교대생의 논지는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간첩들이 있고 그들이 선동해서 반정부 세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이 따위 소리를 나머지 둘은 거의 수긍하더라. ㅡ.ㅡ;;)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나도 간첩이냐고. 내가 북한 간첩한테 선동된거냐고.
"야, 넌 지금 '좌파단체'를 상대로 이야기하고 있냐 아니면 나를 상대로 이야기하고 있냐? 내가 우리 정부 비판하는 데 왜 뜬금없이 좌파단체 성향을 가지고 나와? 나랑 좌파단체랑 무슨상관인데? 나는 좌파단체 속해있지도 않아. 내가 언제 김정일 만만세, 주체사상 만세 외치더냐? 왜 내가 지적하는 정부실책에는 반박 않고, '빨갱이 단체, 친북 선동 단체' 운운하며 조중동 같은 헛소리해대냐? 너 같은 논리가 바로 우리 정부가 60~70년대부터 해왔던 색깔론이잖아. 정당한 정부 비판에 대해서 무조건 빨갱이네, 간첩이네 친북 어쩌고 떠드는 거. 그래서 아예 비판 자체를 못하게 하는거... 좌파 단체니 친북이니 떠들지 말고, 내가 말한거에 대해서 나한테 이야기하라고. 넌 지금 좌파 빨갱이 친북 간첩 단체들이랑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너랑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 네 뒷자리에 앉았던 나랑 얘기 중이야. 왜 내가 북한 정권에 대해선 비판 안하냐고? 야, 나도 김정일 존나 싫어! 독재자 돼지 새끼 싫어. 그런데 난 대한민국 사람이고 내가 더 관심 있는 건 대한민국 정부야. 우리 정부 잘못하는 거 비판하려면 북한 먼저 욕해야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거냐? 우리 정부 욕할라면 눈에 뻔히 보이는 정부 잘못은 내버려두고 보이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북한정부 열심히 공부한 다음에 김정일 먼저 씹고 이명박 씹어야 되는거야?? 그런거 굳이 내가 안해도, 좌파 단체들이 안해도 극우 보수 단체들이 북한 욕 졸라 잘 하잖아! 그건 그 사람들보고 하라그래? 왜 별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헛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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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본 분이다.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선택한 것이다. 선생에게 군인들 훈련시키지 않는다고 욕하면 웃기지 않나? 선생하기로 한 사람에게 "선생이란 건 전인교육 아니더냐? 왜 군인 훈련도 같이 안하냐!"라고 말하는 건 웃기지 않나?
좌파들의 관심은 우리 정부의 잘잘못을 따져서 고치는 데 있다. 좌파들은 우리 정부의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일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 좌파들에게 "너네는 왜 우리 정부만 비판하고 시위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시위 않냐?"라고 따지는 건 웃기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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