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리 2014.09.02 22:46 전체공개

[웨딩2] 예비시댁에서의 결혼승낙 받기! / 장애인 비장애인 결혼?

웨딩 2
예비처가에서 따끈따끈한 찐빵처럼 잘 살아보라는 결혼승낙을 받고, 바로 다음주에 예비시댁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긴장감이 다르다. 특히 예비시댁으로 향하는 예비며느리의 마음이란.. 두근반 세근반..
물론 이미 몇 번 인사도 드리고, 잠도 자고 오기도 했지만 (결혼 전에 남자친구네 가서 자는거 아니라는 말은~ 이미 저 멀리 뻥..-_-;;)
그래도 결혼승낙 받으러 가는 길은 떨려. 역시 긴장감 백배. 그에 반해 항승씨는 여유만만이다.
저 모습이 지난주의 나의 모습이었겠지.. -_-;;;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예비시댁. 무안 몽탄!
여전히 푸르른 나무들이 날 반겨주고~ 할머님, 어머님, 아버님, 누님, 매형, 주만씨, 그리고 꼬꼬마 승기까지!!!
우리까지 도착하니 9명!! 대가족이 됐다!!
아버님 생신잔치 모임이라서 오늘의 저녁식사는 스폐셜하게 바베큐!!
지난주 주말 강원도에서도 바베큐!! 오늘도 바베큐!! 역시 삼겹살이 최고여!!
하지만.. 두둥.. 두둥.. 목요일에 서울에서 배달시킨 한우셋트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누님이 구워주시는 고기를 한 점, 두 점 먹어봐도.. 택배가 온다는 연락이 없어...!!!
이런이런. 이건 말도안돼. 나의 회심의 역작!! 1++ 한우셋트인데!! 왜!!!! 왜!!! 지리산축산사장님.. 이러면 안돼요..
결국.. 한우셋트는 고기 다~ 구워먹고.. 상도 다~ 치우고.. 커피마실 때 도착... 흑흑..
바베큐 하신다고 하셔서 특별히 구이용으로 잘 넣었는데.. 흑흑..
웃으면서 먹고 있지만 웃는게 아니였다. 역시 선물은 직접 들고오던가 미리 배송하던가.. 큰 교훈을 하나 얻었다.
꽃다발과 아버님, 어머님 선물까지 잘 챙겼는데 결국 이노무 한우셋트가 나를 힘들게했어.
하지만 그런 나의 미스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주셨고~ 쿨하게 받아주신 어머님, 아버님.. 사..사랑합니다 *_*
" 예비시댁/결혼승낙/선물"
이 키워드로 엄청난 검색신공을 일주일간 펼쳤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건 두 사람의 진심과 건강한 모습인 것 같다는 결론으로 한우셋트의 눈물은 마무리..
그리고 다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항승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아버지!!! 저 주리랑 겨울에 결혼하겠습니다 "
" ...... 뭐 늬들이 알아서 하는거지, 뭐가 있겠냐 "
응? 아버...님? 지난주 강원도에서의 그 날과 똑같은 상황이.. 이게 바로 데쟈뷰...?
역시 항승씨의 아버님께서도 진정한 쿨하심을 한말씀으로 표현해주셨다.
늬들이 알아서 하는거지. 뭐가 있겠냐. 맞다. 뭐가 있겠나.
부모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대신 돈을 벌어다주는 것도 아니고, 대신 사랑해주는 것도 아닌데.
결혼하려는 당사자 두 명이 하고싶은대로, 알아서 잘 하면 잘 사는게 아니겠냐는 뜻이 아닐까.
아버님의 말씀에 담긴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그리고 역시나 너무 쿨하셔서!! 항승씨와 나는 ' 콜!!! ' 의 눈빛을 서로 교환했다.
" 2월쯤 결혼하려구요. 그래서 이제 상견례 날짜를 잡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
" 2월? 뭐가 이리 늦어. 당장해~ "
항승씨와 나의 스켸쥴에 맞도록, 우리가 원하는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을 맞춰보니
2월의 주말이 딱이다! 이렇게 결혼승낙을 받은김에 확~ 그냥~ 당장 내일이라도 식을 올리고 싶지만..
너무 급하게 처리하면 큰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로!!
강원도 우리 부모님의 쿨함과 몽탄 항승씨 부모님의 쿨함이 함께 만나니.. 이렇게 환상적인 호흡이 만들어지는구나!
역시 항승씨와 나의 이 쿨내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게 아니였어!!! -.,-
예비시댁으로 결혼승낙을 받으러 간다.
남자가 장애가 있다.
부모님의 깊은 한숨과 안타까운 표정이 겹쳐진다.
" 정말.. 괜찮겠니 "
라는 말이 오고간다.
내가 항승씨와 연애를 시작한 초반, 우리 둘의 미래를 그냥 그려보다 이런 그림도 생각하곤 했다.
' 항승씨는 장애가 있으니까 결혼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께서 과연 허락하실까..
항승씨 부모님께서 날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우린..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항승씨는 나를 먹여살릴 가장이 될 수 있을까.. '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지도 않는다 -_-;
장애인과의 결혼? ->장애고 나발이고 두 사람이 딱 맞아버렸는데 어쩌겠어. 불편한건 불편한대로, 편한건 편한대로.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항승씨가 날 감당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해.. -_-;;
우리 부모님의 허락? ->진심은 통한다.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본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것.
항승씨 부모님? ->역시! 진심은 통한다. 진짜 본 모습.
잘 살 수 있을까? ->이건 몰라!!!! 이건 아무도 몰라!! ㅋㅋㅋㅋ
항승씨의 능력? ->굶어죽지는 않겠지! 나도 항승씨를 굶겨죽이지는 않겠지!!!! 둘다 일하니까!!
결국 다 그런거였어.
장애가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인정하고 이해하느냐에 대한 문제였던 것 같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는 많이 울었고, 많이 서러웠고, 많이 원망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랬지.
왜 항승씨는 장애가 있는건지, 왜 하필 다리가 불편한건지, 팔이라도 괜찮았다면, 왜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건지.
니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원망스럽다고 고백한다면 참 가슴아플텐데.. 처음엔 그랬다. 정말로.
너의 사랑보다 어머니의 마음이 더 중요했던 그 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 가지 종류의 마음을 저울질할게 아니라, 함께 껴안았어야 했는데..
그때는 잘 몰랐다. 나도 어렸으니까.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_-;;;)
이런 감상적인 마음은.. 글을 쓰는 지금에야 드는 생각이고, 막상 현장(?)에서는 결혼승낙을 무리없이 받았다는 생각에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
이제는 진짜 결혼식만 잘 준비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또 싱글벙글.
우리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감사한 아버님, 어머님의 마음에 또 싱글벙글.
그래서 이렇게 화려한 옷을 입어버렸네 -_-;; 손목에는 주렁주렁~
서울 빌딩숲에서 입고 다닐때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나무 사이에 있자니.. 조금 민망해진다..
드레스야 드레스.. -_-;;
예비시댁용 옷차림은 보통 투피스 정장에 구두가 기본인데.. 1박 2일 해보라고 해!
그게 가능한지!! 그래서 난 냉장고바지와 드레스를 챙겼지.. -.,-
물론 우리 항승씨도 싱글벙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며! 싱글벙글~
머리스타일이 범죄자같다며 제발 좀 자르라는 구박을 온가족에게 1박2일 내내 들어도 자기는 좋으니까 싱글벙글~ ㅋㅋ
오랜만에 둘이 같이 싱글벙글~
이제 진짜 우리 결혼하나봐. 어쩜좋아?
" 뭘 어쩜좋아. 그냥 좋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바베큐도 먹고, 직접 잡아주신 토종닭도 한마리 꿀~떡 하고.
3kg은 찐 것 같은 부은 얼굴로..
하지만 싱글벙글 마음을 가득 담은 행복한 얼굴로
예비시댁에서의 결혼승낙받기 미션 클리어!!!
이젠.. 바로 그 무시무시한 상견례와 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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