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2010.08.24 03:03 전체공개

진중권씨와 김규항씨의 논쟁을 보며

진중권씨는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정치적 평등, 개인의 권리 등)를 추구하며 그 정치적 힘으로 사민주의적 경제구조를 이루어내는 것이 "이상의 최전선"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보다 높은 것을 바라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진보신당은 사민주의 정당이며, 사민주의 정당이란 사회주의자들에겐 "사회주의로 가는 건널목"이다. 사회주의에 도달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자유주의적 정치 체제를 이용 할 뿐, 사회주의자들에게 있어선 그 자체가 이상의 최전선은 아니다
진중권씨는 진보신당의 존재, 즉 사민주의 자체를 자신 이상의 최전선으로 삼는 듯하다. 거기까지야 문제가 없지만, 진중권씨가 진보신당을 사회주의 건설의 길목으로 보는 자들을 깔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마르크스주의가 낡았다는 말이 새로운 동네군요-진보신당 게시판). 김규항씨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사민주의 정당의 배경을 간과한 처사다. 사회주의의 세력화가 뒷받침되어야 사민주의의 이상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민주의가 이상의 최전선인 자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자본주의의 어떤 부분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비현실적으로"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김규항씨의 말은 그 비현실적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해주는 것이 사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진중권씨는 김규항씨가 좌파지식인이라는 브랜드를 자신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하며(김규항, 내참...-진보신당 게시판), 그래서 나에게 자유주의자란 딱지를 붙이고 자기는 좌파라는 붉은 딱지를 내보이고 싶어하지만, 난 내가 자유주의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김규항씨가 저런 식으로 나오는 게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먹고 살며 정당운동도 자유주의 체제를 용인하며 하는 건데, 자유주의자 딱지를 붙이고 왜 여기 있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그럼 당신은 뭐냐는 것이다.(양가죽을 쓴 늑대-씨네21) 딱지를 붙이는 걸로 사회주의자 행세하지 말고, 실천적인 행동으로 사회주의자 행세를 하라고 "전체 사회주의자들을 향해" 말하기도 한다(유물론적 신학에 관하여-씨네21)
하지만 김규항씨가 진중권씨를 자유주의자라고 부른 건 자유주의자라서 나쁘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정치체제가 자유주의의 이상을 기본으로 한다는 건 민주사회의 상식이므로) 그가 "자신보다 급진적인 당원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정당한 비판과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매우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상한 나라의 진중권-01)"에, 그런 태도는 진중권씨가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사민주의자의 태도로는 옳지 않음을 말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아까 말했듯이, 김규항씨가 말하는 사민주의 정당의 배경 때문에). 또한, 그런 식의 태도가 "민주당이 아닌, 굳이 진보신당이어야 하는 이유(오류와 희망)"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됨을 알리는 경고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중권씨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박을 해야 할 텐데(자유주의자로서 사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 사회주의자로서 사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에 대해 배타적이어도 되는 정당한 근거라던가, 사회주의자 없이도 사민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던가, 대중성을 얻는 전략에 대한 견해차라던가, 그런 태도를 취한 게 아니라던가), 그게 아닌 자유주의자 딱지를 붙이는 촌스러운 짓거리를 그만두라는 주장을 한다. 이 논쟁, 어지간히 핀트가 안 맞고 있다
더불어 김규항 씨에게도- 진보신당의 속사정을 모르지만, 김규항씨가 "오류와 희망"에서 촛불당원들이 자유주의정당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한 건 조금 오버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있어서는 진중권씨가 말한 "대부분 그저 한나라당이 싫고, 민주당은 구리고, 그나마 진보정당이 제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입당한" 이들이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 문제가 있다면 이들에게 제 정체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진보신당의 조직력을 탓해야지, 이들을 굳이 현 진보신당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두 분 모두에게- 지금의 좌파는 80년대의 현실사회주의가 가진 이상을 그대로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가? 진중권씨는 '그렇다'고 말하고(그래서 경멸하고), 김규항씨는 "아니"라고 말한다(진중권씨가 낡았다고 주장하는 계급과 착취, 억압의 개념이 여전히 현실분석에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80년대의 이상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며, 지금 좌파의 비현실적 경향은 진중권씨가 말하는 80년대의 비현실적 경향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옛날 운동권 성명서 쓰기 식의, 스타일상의 낡음은 있다고 인정하지만, 기본은 끝까지 약자를 배려하는 좌파 본연의 비현실적 경향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사실관계에 대한 시각차가 지금의 모든 사태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난 차라리 이 문제에 대해 두 분이 보고 느낀바를 좀 더 자세하게 털어놨으면 좋겠다. 서로가 가진 감정의 앙금이 해결되진 않더라도, 일반독자들이 "왜 같은 집단을 보며 다른 말이 나오지?"라고 말하는 혼란은 없을 테니까
쉽게 말해, 우리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이 사민주의의 동료로서 인정할만큼 제대로 된 사회주의자인지 아닌지 난 전혀 모른다. 이게 관건인 듯한데, 진중권씨도 김규항씨도 여기에 대한 말을 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추구해야 하는가 부정해야 하는가,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량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까지 발전한다면 좋겠는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 이 논쟁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김규항 -오류와 희망 : http://gyuhang.net/1951
진중권- 양가죽을 쓴 늑대 :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29&article_id=61413
김규항-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 http://gyuhang.net/search/이상한%20나라의%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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