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008.06.24 17:47 전체공개

번지수 잘못 찾은 조중동 불매운동

서초동 일기. 폴더 제목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지는 않나? ㅋㅋㅋ. 하여간 제가 폴더 제목을 서초동 일기로 쓴 것은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이 서초동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얼마전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신문사를 떠나 mbn(매일경제tv)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출입처도 유통에서 법조로 옮겼고요. 지금은 대검찰청 기자실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이제는 법조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취재하게 됩니다.
요즘 대검찰청은 분주합니다. 다름 아닌 소위 주중동 빅3 신문에 광고를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네티즌들을 수사하라는 윗분들의 지시가 내려와 계획을 짜느라 눈코뜰새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사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나를 잡아가라
는 비난 글들이 쇄도하고 있고, 언론도 검찰이 정말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검찰 윗분들도 사람인지라 좀 삐지신 몬양입니다. 유관 기관 회의를 23일 했는데 기자들이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자료라도 달라고 하니
자료 따로 안 내겠다
고 했으니 말이죠.
그런 상황을 기자단 간사인 연합뉴스 기자가 기자들에게 전하자
그러게 그런 걸 하라고 했나
라는 반응이 나오더군요.
사실 법무부와 대검이 수사 방침을 정한 날도 서울지방법원 기자실에서도 작은 분란이 있었습니다. 수사 방침을 보고 분개한 모 방송사 기자가
대검이 그걸 하려면 조중동이 신문 보라고 공짜 경품 주는 것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비아냥 거리자, 옆에 있던 한 메이저 신문사 기자는
그게 대검의 네티즌 수사와 무슨 상관이 있으냐
막무가내로 주장하지 말고 논리를 대 가며 얘기하라
며 면박을 주더군요.
하지만 방송사 기자는 메이저 신문사 기자보다 연조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메이저 신문사 기자는 결국에는
니가 한번 당해봐라. 얼마나 끔찍한 지
.
정도로 말을 끝냈습니다.
하여튼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물론 검사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한 검사는 한마디로 견문발검이라고 하더군요. 모기 잡으려고 칼 빼 들었다는 얘기죠. 과연 대검까지 나서서 설칠 일이냐는 것이죠.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경찰이 수사하는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대검까지 나섰으니 면이 안 선다는 거겠죠.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과연 대검이 나서서 해야 할 만큼 중대하고 긴박한 건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심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많은 네티즌 가운데서는 막연한 사회적 반감을 분출하는 통로로 촛불집회와 불매운동을 악용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몇몇 분들 때문에 순수한 국민들의 의사 표현이 변질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검찰의 수사로 마치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밑도 끝도 없는 짓을 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불매운동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기업체에 전하를 걸어 조중동 신문을 보지 말라고 하는 게 정당한 불매운동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습니다. 진정한 불매운동은 정말 조중동 신문을 보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촛불을 들고 나선 많은 시민들 중에 조중동의 논조를 싫어하면서도 경품에 눈이 멀어 보시는 분은 없으신지요?
이제는 그깟 5만원, 10만원 경품 때문에 자신의 신조와 가치관을 파는 것보다는 우리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언론을 택하는 게 어떨까요?
비록 면수는 적고, 신문질은 구질구질하더라도 피 땀 흘려 자신의 신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을 위해서라도요. 물론 조중동이 자신의 신조와 맞다면 그 신문을 쭉 보시면 되고요.
그렇게 조중동을 보는 독자가 하나 둘 줄어들면 광고 단가가 내려갈거고, 기업들도 광고를 줄이겠지요. 이게 진정한 불매운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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